창작소설 | Fiction/Elenovation | Episodes7 1부 2장 | C조 (2) 1부 2장C조 (2) 「윤가온! 아직 확인 안 했냐?」 뒤쪽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이서는 단말기를 엎어 둔 채 고개만 조금 들었다. 가온은 자기 자리에서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단말기는 책상 위에 놓여 있었지만, 화면은 아직 어두웠다. 주변 애들이 이미 한 번씩 확인을 끝낸 뒤였다. 「했지.」 가온이 대답했다. 「근데 왜 화면이 꺼져 있어?」 「봤으니까 껐지.」 「너 A야?」 질문은 가볍게 던져졌지만, 근처의 시선들이 그쪽으로 모였다. 가온은 그 시선들을 피하지 않았다. 피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꺼진 단말기 가장자리를 한 번 두드렸다. 「아닌데.」 「그럼 B?」 「아니.」 짧은 침묵이 생겼다. 누군가 의자에 기대던 자세를 멈췄고, 앞줄에서 단말기를 가방에 넣던 손이 그대로 굳었다. 이.. 2026. 6. 27. 1부 2장 | C조 (1) 1부 2장C조 (1) 패널 하단에 첫 이름이 떠오르자, 교실 안의 소리가 잦아들었다. 누군가는 숨을 들이켰고, 누군가는 단말기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었다. 의자 다리 하나가 바닥을 짧게 긁었고, 뒤쪽에서는 누가 삼킨 말이 목 안쪽에서 작게 걸리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아무도 크게 말하지 않았다. 앞쪽 패널에는 반 전체 명단이 한 번에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각자 단말기로 확인하라는 안내 문구만 떠 있었다. 반별 공지는 단순 안내였고, 실제 배정값은 개인 기록에 먼저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모두가 동시에 결과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순서를 나누어 둔 화면이었다. 이서는 아직 단말기를 켜지 않았다. 앞쪽 패널에는 얇은 회색 줄들이 천천히 정렬되고 있었다. 실습조 배정 완료.개별 단말 확인.배정 기록 자동 저장. 그.. 2026. 6. 13. 1부 1장 | 2학년 3반 (4) 1부 1장2학년 3반 (4) 마지막 수업이 끝났을 때도, 교실은 바로 풀어지지 않았다. 의자가 한두 개 늦게 밀렸고, 누군가는 공책을 덮지 않은 채 책상 위만 괜히 뒤적였다. 하루 종일 이어진 수업은 길게 느껴졌지만, 지나고 나면 대부분 비슷했다. 1학년 때부터 보아 온 선생님들, 익숙한 과목명, 크게 다르지 않은 안내. 달라진 게 있다면, 모두가 하나같이 작년과는 다를 거라고 말하는 방식뿐이었다. 그 말들이 하루 내내 교실 안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하교 전. 실습조 공지. 겉으로는 다들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기다리는 건 결국 그쪽이었다. 이서는 가만히 앉은 채 앞을 봤다. 물병은 여전히 손 가까이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건드리지 않았다. 손끝은 책상 모서리에 닿아 있었다. 누르고 있다는 생각도 .. 2026. 5. 23. 1부 1장 | 2학년 3반 (3) 1부 1장2학년 3반 (3) 이서는 책상 위에 올려 둔 물병을 한 번 돌려 놓았다. 딱히 할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 그게 더 자연스러워 보여서였다. 좀 전까지의 적막이 무색할 정도로 주변은 금세 다시 시끄러워졌다. 「야.」 갑자기 가까운 데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서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가온은 통로를 다 막지 않을 만큼만 가까이 섰다.이서가 고개를 들면 바로 대답할 수 있고, 고개를 내리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거리였다. 「너 물병 계속 돌리고 있더라.」 이서는 손을 멈췄다. 그제야 자기가 아까부터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아.」 대답이 너무 짧았다고 느낀 건 그 다음이었다. 가온은 전혀 걸리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긴장했냐?」 가온은 눈앞의 물병을 턱끝으.. 2026. 5. 9.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