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2장 | C조 (2)
1부 2장
C조 (2)
「윤가온! 아직 확인 안 했냐?」
뒤쪽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이서는 단말기를 엎어 둔 채 고개만 조금 들었다. 가온은 자기 자리에서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단말기는 책상 위에 놓여 있었지만, 화면은 아직 어두웠다. 주변 애들이 이미 한 번씩 확인을 끝낸 뒤였다.
「했지.」
가온이 대답했다.
「근데 왜 화면이 꺼져 있어?」
「봤으니까 껐지.」
「너 A야?」
질문은 가볍게 던져졌지만, 근처의 시선들이 그쪽으로 모였다. 가온은 그 시선들을 피하지 않았다. 피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꺼진 단말기 가장자리를 한 번 두드렸다.
「아닌데.」
「그럼 B?」
「아니.」
짧은 침묵이 생겼다. 누군가 의자에 기대던 자세를 멈췄고, 앞줄에서 단말기를 가방에 넣던 손이 그대로 굳었다. 이서는 그 반응을 먼저 보았다. 가온의 대답보다, 그 대답을 받은 교실 쪽이 더 빨리 흔들렸다.
「엥? 너 설마 C야?」
가온은 대답 대신 단말기를 켰다.
화면이 밝아졌고, 주변에 있던 학생 몇 명이 저도 모르게 몸을 기울였다. 가온은 화면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부러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냥 책상 위에 그대로 두었다.
윤가온
1집단 적성 실습조
C조
글자는 짧았다. 그런데 그 짧은 줄이 교실 안에서 생각보다 큰 소리를 냈다. 실제로 소리가 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반응은 분명했다. 뒤쪽에서 누가 작게 웃으려다 말았고, 옆자리 학생 하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야, 말이 돼?」
처음 나온 말은 그것이었다.
가온은 화면을 다시 껐다.
「뭐가?」
「네가 C조인 게 말이 되냐고.」
「나도 2학년 3반인데.」
「그 말이 아니잖아.」
질문한 학생은 답답하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그 옆에서 다른 학생이 끼어들었다.
「너 작년에 안정성 평가 상위권 아니었어?」
「기억이 잘못됐나 보다.」
「웃기지 마. 심지어 너는 실습동에서 A조 선배들이랑 같이 예비 테스트까지 받았잖아.」
가온은 이번에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기 단말기를 뒤집어 놓고, 의자 등받이에 어깨를 가볍게 기대었다. 대답하기 싫다기보다,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고르는 얼굴이었다.
「그건 그냥 테스트고, 평가는 아니었어.」
「그게 다르냐?」
「다르니까 이름이 다르겠지?」
말투는 여전히 가벼웠다.
이서는 손가락을 책상 아래로 내렸다. 괜히 자기 단말기 모서리를 잡았다가 놓았다. 가온이 C조라는 사실은 분명 이상했다. 이서 본인이 C조인 것은 예상 안에 있었다. 물론 몇몇 학생들이 C조인 것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억울해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지만. 그런데 가온은 달랐다.
가온은 잘했다.
그걸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모를 수는 없었다. 작년에도 가온은 눈에 띄었다. 큰 소리로 앞에 나서는 쪽은 아니었지만, 실습 때마다 결과가 안정적이었다. 실패해도 회수값이 흐트러지지 않았고, 한 번 감을 잡으면 같은 동작을 몇 번이고 같은 폭으로 반복했다. 선생님들이 그런 학생을 싫어할 이유가 있을까?
그런데 C조였다.
「너 혹시 신청했냐?」
이번에는 다른 목소리였다.
신청.
실습조는 보통 받는 것이지 고르는 게 아니었다. 희망 분야를 적는 항목은 있었지만, 조를 직접 고른다는 말은 공식 안내 어디에도 없었다. 적어도 학생들에게 공개된 문서에는 없었다.
가온은 질문한 쪽을 보았다.
「뭘?」
「C조.」
「그런 것도 신청서가 있나?」
「네가 모르면 누가 아냐.」
가온은 웃었다.
이번에는 웃음이 조금 늦게 나왔다. 평소처럼 바로 받아치는 웃음이 아니라, 질문을 한 번 지나가게 둔 뒤에 나온 웃음이었다.
「있으면 나도 보고 싶다.」
「그럼 진짜 배정이야?」
「화면에 그렇게 떴잖아.」
「아니, 네가 C조인 게 이상하다고.」
「C조가 뭐 어때서.」
그 말에 C조로 배정된 학생 몇 명이 고개를 들었다. 가온은 그쪽을 보지 않았다. 특정한 사람을 위로하려는 말이 아니었고, 누군가를 대신해서 화를 내는 말도 아니었다. 그냥 그 말 자체가 불편해서 던진 말이었다.
질문하던 학생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런 뜻은 아니고.」
「알아.」
가온이 말했다.
짧게 끝난 말이었다. 그래서 더 뒤에 붙일 말이 없어졌다.
이서는 그 대화를 들으며 단말기 화면을 다시 켤까 생각했다. 자기 배정 결과는 이미 확인했다. 새로 볼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손은 자꾸 화면 쪽으로 갔다. C조라는 이름이 혼자 있을 때보다, 가온의 이름 옆에 붙어 있을 때 더 낯설었다.
같은 조.
그 말이 편하지 않았다.
이서는 가온이 옆에 온 것을 기쁘게 여겨야 하는지, 더 불편해해야 하는지 판단하지 못했다. 가온이 C조에 온 이유가 자신과 상관없다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려는 순간, 오히려 그 반대가 떠올랐다.
혹시 누군가 일부러.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이서는 손을 멈췄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일 수 있었다. 학교가 학생 하나 때문에 다른 학생을 배치한다는 건 지나친 추측이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는 가끔 지나친 추측이 더 늦게 맞았다. 기록은 늘 학생들보다 먼저 움직였고, 결정은 설명보다 먼저 도착했다.
어쩌면 가온이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곧 머리를 흔들었다. 아직 인증을 받지 않은 학생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다. 일개 학생이 조 편성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앞쪽에서는 한도하가 교탁 위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가온 쪽 대화를 들었을 것이다. 안 들을 수 없는 거리였다. 하지만 끼어들지는 않았다. 가온이 C조라는 사실에 놀란 기색도 없었다. 사실 그게 더 눈에 걸렸다.
모른다면 확인해야 했다.
알고 있다면, 말하지 않는 중이었다.
「선생님.」
질문은 앞줄에서 나왔다.
한도하가 고개를 들었다.
「뭐지.」
「조 편성 기준은 공개되나요?」
교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이번에는 질문의 무게가 분명했다. 누군가가 가온을 직접 가리킨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같은 곳을 떠올리고 있었다.
한도하는 질문한 학생을 보았다.
「일부만 공개된다.」
「일부요?」
「출력, 제어 안정성, 회수율, 적성 반응, 실습 위험도. 그 정도는 개인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럼 그걸로 조가 정해지는 건가요?」
「기본 기준은 그렇다.」
기본.
그 단어가 떨어지자, 질문한 학생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이서도 그 말을 들었다. 기본 기준이라는 말은 늘 다른 기준의 자리를 남겨 두었다.
「그럼 기본 말고 다른 기준도 있나요?」
한도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긴 침묵은 아니었다. 하지만 교실 안에서는 충분히 길었다. 이서는 그 사이에 자기 숨이 조금 얕아지는 것을 느꼈다.
「있다.」
한도하가 말했다.
이번에는 여러 곳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다만 학생이 열람할 수 있는 항목과 없는 항목이 있다. 조 편성은 단순 성적순이 아니다. 실력만 높다고 위 조로 가는 것도 아니고, 출력이 낮다고 무조건 C로 가는 것도 아니다.」
「그럼 뭐가 더 들어가는데요?」
질문한 학생의 목소리는 전보다 낮아져 있었다.
한도하는 교실을 한 번 훑었다.
「상호 안정성.」
처음 듣는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조 편성 기준으로 들으니 낯설었다.
「개별 안정성만 보는 게 아니다.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의 흐름을 얼마나 흔드는지, 반대로 얼마나 잡아 주는지도 본다. 특히 2학년부터는 개인 실습보다 조별 실습 기록이 더 많이 남는다.」
뒤쪽에서 누가 작게 말했다.
「그럼 조합도 본다는 거네.」
한도하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표현은 다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순간, 교실 안의 시선이 다시 가온 쪽으로 움직였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노골적이지 않았다. 오래 보지도 않았다. 다만 한 번씩 스쳐 지나갔다. 가온이 C조인 이유를 각자 머릿속에서 다시 계산하는 움직임이었다.
이서는 그 시선들 사이에 자기 이름도 같이 놓였다는 걸 알았다.
C조에는 이서가 있었다.
그리고 가온도 있었다.
그 둘이 같은 줄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단순 우연으로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가온은 여전히 편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아까처럼 아무 말이나 받아치지는 않았다. 손가락으로 책상 모서리를 짧게 두드리다가 멈췄고, 눈은 한도하 쪽에 있었다.
한도하도 가온을 보았다.
길지는 않았다.
그 짧은 시선이 오갔을 때, 이서는 둘 사이에 이미 끝난 대화가 하나 있는 것처럼 느꼈다. 아니, 느꼈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가온은 묻지 않았고, 한도하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둘 다 같은 단어를 피하고 있었다.
특임.
이서는 그 단어를 떠올리고 곧 지웠다.
가온이 스스로 C조를 고르는 것은 이상했다. 설령 요청했을지라도 학교가 받아들였다면, 더 이상했다. 하지만 이 배치를 한도하가 알면서도 넘기고 있는 것은 단순하게 볼 문제는 아니었다.
분명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교칙서에 ‘특임’과 관련된 조항이 있었을 텐데. 이럴 때 연주와 더 친했더라면.
「조 편성에 이의 신청은 가능한가요?」
이번 질문은 다른 쪽에서 나왔다.
한도하는 자료를 넘겼다.
「물론 가능하다.」
몇몇의 자세가 바뀌었다.
「다만 사유가 필요하다. 단순 불만이나 조 변경 희망은 반려된다. 건강상 문제, 기록 오류, 실습 위험도 재검토 사유가 있을 때만 접수된다.」
「접수하면 바뀔 수도 있어요?」
「검토는 한다.」
그 말은 바뀐다는 뜻이 아니었다. 학생들도 그걸 알아들었다.
누군가는 더 묻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한도하가 더 이상 이 주제로 대답하지 않겠다는 것을 모두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질문은 남았지만,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은 끝났다.
「내일부터는 교실보다 실습동에서 남는 기록이 더 많아진다.」
교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각자 단말기에 내려온 세부 안내를 확인했고, 누군가는 캡처를 하려다가 보안 알림이 뜨자 얼굴을 찌푸렸다. C조 학생들에게는 공통 안내가 하나 더 내려왔다.
C조
내일 08:40
실습동 2구역 입구 집합
예비 안정성 확인 후 입실
이서는 그 문장을 읽었다.
내일 08:40.
시간은 구체적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피할 수 없었다. 오늘 받은 글자는 이름 옆에 붙은 결과였고, 내일은 그 결과가 장소가 되는 날이었다. 실습동 2구역. 작년에도 몇 번 지나간 적은 있었지만, 안쪽으로 들어간 적은 없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의자 끄는 소리가 한꺼번에 났고, 가방 지퍼가 열리고 닫혔다. 평소보다 말이 적었다. 다들 조별 안내문을 한 번씩 더 확인했고, 몇몇은 자기 조가 같은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A조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무리를 만들었다. B조 학생들은 느슨하게 흩어졌다. C조 학생들은 각자 움직였다. 아직 서로를 같은 조라고 부르기에는 이르고, 남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같은 안내문을 받은 상태였다.
가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서.」
이름이 불리자 이서는 고개를 들었다.
가온은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그는 주변 눈치를 크게 보지 않고 이서 쪽으로 몇 걸음 다가왔다. 딱 통로를 막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서 멈췄다.
「내일 같이 갈래?」
이서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질문은 간단했다. 같은 조니까 같이 가자는 말. 이상할 것도, 부담스러울 것도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오늘 교실에서 오간 말들 때문에 그 문장이 더 무거워졌다.
같이 간다.
그건 단순히 복도를 같이 걷는 일이 아니었다. 내일부터는 같은 실습동 입구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같은 구역으로 들어가고, 같은 기록 안에 묶일 것이다.
「왜?」
이서의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은 그거였다.
가온은 눈을 몇 번 깜박이다가, 작게 웃었다.
「왜냐고 물을 일인가?」
「그냥.」
「같은 조잖아.」
그 말은 너무 쉽게 나왔다.
이서는 그 쉬움이 조금 불편했다.
「너는 왜 C조야?」
묻고 나서, 이서는 자기가 생각보다 직접적으로 말했다는 걸 깨달았다. 주변에서 누가 듣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가온은 대답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곧장 답하지도 않았다.
그는 잠깐 이서의 책상 위에 엎어진 단말기를 보았다.
「궁금해?」
「안 궁금하면 이상하잖아.」
「그건 맞네.」
가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의 틈이 있었다. 그 사이에 창밖에서 운동장 쪽 안내음이 들렸다. 하교 개시와 함께 교문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였다. 교실 안은 다시 조금 소란스러워졌다.
가온은 그 소리 사이로 낮게 말했다.
「나도 궁금해서.」
「뭐가?」
가온은 어깨를 으쓱했다.
「A나 B는 대충 알겠는데, C는 잘 모르겠더라고.」
「그게 이유야?」
「일단은.」
이서는 그 뒤를 기다렸지만, 가온은 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살짝 돌려 앞쪽의 한도하를 보았다. 한도하는 다른 학생의 질문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가온이 그쪽을 본 순간, 그의 시선이 아주 짧게 이쪽으로 닿았다가 지나갔다.
이서는 그 짧은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가온도 놓치지 않은 듯했다.
「내일 8시 35분쯤 입구에서 보자. 늦으면 먼저 들어가고.」
「같이 가자며.」
「그럼 늦지 마.」
가온은 그 말을 남기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대화는 가볍게 끝났지만, 이서는 쉽게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가온의 답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았다. 오히려 질문이 늘어났다. C조가 궁금해서 왔다. 그 말이 사실일 수도 있었다. 가온이라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학교가 그 호기심을 허락했다는 점은 다른 문제였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터였다.
학생 하나가 궁금하다고 해서, 공식 실습조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럼 누가 허락했을까.
왜 허락했을까.
그리고 누구를 위해서.
이서는 가방을 멨다.
교실을 나서기 전,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연주는 아직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공책은 펼쳐져 있었고, 손에는 펜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무언가를 적었다. 이서가 볼 수 있는 것은 공책의 가장자리뿐이었다. 거기에는 이름이 아니라 짧은 표시들이 있었다.
A, B, C.
화살표 두 개.
그리고 C 옆에 작은 동그라미 하나.
연주는 곧 공책을 덮었다.
그 동그라미가 누구를 뜻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서일 수도 있고, 가온일 수도 있었다. 둘 다일 수도 있었다.
복도로 나오자, 하루가 거의 끝난 학교의 소리가 밀려왔다. 운동장 쪽에서는 공이 튀는 소리가 났고, 아래층에서는 누가 크게 웃었다. 평범한 하교 시간의 소리였다. 그런데 실습동 쪽 복도만은 조금 비어 있었다. 내일 아침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이라는 걸 알고 나니, 그 비어 있는 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온은 이미 복도 끝에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이서를 보고 손을 한 번 들었다. 이서는 어설프게 고개만 끄덕였다. 가온은 금방 다시 다른 학생의 말에 대답했다. 웃음도 돌아왔고, 말투도 평소와 같았다.
그래도 아까의 대답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도 궁금해서.
이서는 그 말을 머릿속에서 몇 번 굴렸다.
하교 안내음이 재차 울렸다.
학생들이 계단 쪽으로 움직였고, 복도는 천천히 비었다. 이서는 가장 마지막까지 남지는 않았지만, 빨리 나가지도 않았다. 실습동 쪽 창 앞을 지나며 잠깐 걸음을 늦췄다.
유리 너머로 실습동 2구역 입구가 보였다.
문은 닫혀 있었다. 입구 위의 표시등만 낮게 켜져 있었다. 오늘은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오늘 정해진 것은 조였고, 장소는 내일 열린다.
이서는 단말기를 꺼내 안내문을 다시 확인했다.
C조
내일 08:40
실습동 2구역 입구 집합
문장은 바뀌지 않았다.
그 아래에 작은 글씨가 하나 더 붙어 있었다.
초기 배정 기준값 연동 완료.
이서는 화면을 껐다.
손 안에서 빛이 사라졌고, 유리창에는 실습동 입구와 자신의 얼굴이 겹쳐졌다. 오래 보지는 않았다. 복도 끝에서 가온이 다시 불렀다.
「서야, 내일 늦지 마.」
이서는 대답 대신 손을 들었다.
가온은 웃고 계단 쪽으로 내려갔다.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서보다 먼저 배정을 받아들인 사람의 걸음이었다.
이서는 한 박자 늦게 따라 움직였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C조라는 글자는 조금씩 현실의 형태를 얻었다. 화면에 뜬 두 글자에서, 내일 아침의 시간으로. 내일 아침의 시간에서, 실습동 2구역의 닫힌 문으로.
그리고 그 문 앞에는 아마 가온이 있을 것이다.
왜 거기 있는지 말하지 않은 채로.